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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는 꼭 앱이어야 하나요? 실험 설계와 MVP의 차이

MVP를 만들라는 말이 앱을 개발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가설 검증의 맥락에서 MVP와 실험 설계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MVP가 얼마나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2024년 5월 16일리얼비즌10분 읽기

Question. MVP를 만들라고 하는데, 저희는 개발자가 없어서 앱을 못 만들어요. 랜딩페이지나 인스타 계정 같은 것도 MVP라고 할 수 있나요? 실험 설계랑 MVP는 같은 건지 다른 건지도 헷갈립니다.

Y Combinator 합격팀의 42%는 제품이 없었습니다

2020년, Y Combinator의 파트너 Dalton Caldwell는 놀라운 사실을 공유했습니다. YC에 합격한 팀 중 상당수가 지원 시점에 완성된 제품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앱은커녕 프로토타입조차 없는 팀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팀들이 합격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그 문제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이미 돌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Dalton Caldwell, "How to Apply and Succeed at Y Combinator", Y Combinator, 2020)

이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많은 초기 창업팀이 "MVP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앱을 개발해야 한다"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개발자가 없으니 MVP를 못 만든다고 생각하고, MVP를 못 만드니 가설 검증을 못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MVP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데서 오는 오해입니다.

MVP와 실험 설계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개념을 하나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MVP와 실험 설계를 같은 것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둘은 다른 개념입니다.

가설 검증의 전체 과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가설이 있습니다. "이 고객군은 이런 문제를 겪고 있고, 이렇게 해결해주면 가치를 느낄 것이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합니다. 실험을 설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객 인터뷰도 실험이고, 설문 조사도 실험이고, 랜딩페이지를 만들어서 반응을 보는 것도 실험입니다.

이 중에서 고객이 실제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 — 그것이 MVP입니다. 인터뷰는 MVP가 아닙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랜딩페이지를 만들었다면, 그 랜딩페이지는 MVP입니다. 고객이 직접 접하고, 반응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Alberto Savoia(전 Google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이를 더 극단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는 MVP보다 앞선 단계로 "Pretotyp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진짜 제품을 만들기 전에, 제품인 척하는 것만으로도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IBM은 음성인식 타자기를 개발하기 전에, 방 뒤에 타이피스트를 숨겨놓고 사용자가 말하면 타이피스트가 타이핑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기술이 완성되기 전에, 고객이 이 기능을 정말 원하는지를 먼저 확인한 것입니다.

(출처: Alberto Savoia, 『The Right It』, HarperOne, 2019)

MVP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형태가 됩니다

MVP라고 하면 많은 분이 앱 화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초기 MVP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콘텐츠 MVP — Buffer(소셜미디어 관리 도구)의 창업자 Joel Gascoigne은 트위터에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예약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 생각인데, 관심 있으신 분?"이라는 글 하나를 올렸습니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다음으로 간단한 랜딩페이지를 만들어 이메일을 수집했습니다. 코드 한 줄 없이, 트위터 포스트와 랜딩페이지만으로 시장 수요를 확인한 것입니다.

(출처: Joel Gascoigne, "How I Got My Startup Idea and Validated It", Buffer Blog, 2011)

랜딩페이지 MVP — Dropbox의 Drew Houston은 실제 제품이 완성되기 전에 3분짜리 데모 영상을 만들어 랜딩페이지에 올렸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대기자 명단이 5,000명에서 75,000명으로 늘었습니다. 작동하는 제품 없이, 영상 하나로 수요를 검증한 것입니다.

인스타그램 MVP — 흔히 과소평가되지만, 인스타그램에 포스트 하나를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과 댓글을 보는 것도 충분히 MVP가 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는지, 어떤 표현에 반응하는지, 어떤 문제에 공감하는지를 실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MVP의 "P"는 Product이지만, 그 Product이 반드시 소프트웨어일 필요는 없습니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최소한으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형태가 MVP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MVP의 기준은 무엇인가

MVP의 형태가 자유롭다고 해서 아무거나 만들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좋은 MVP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Ash Maurya(『Running Lean』 저자)는 MVP의 핵심 조건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MVP는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형태여야 한다. 동시에, 그 반응으로부터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출처: Ash Maurya, 『Running Lean』, O'Reilly Media, 2012)

이 기준을 풀어보면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고객이 실제로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팀 내부에서만 보는 기획서나 와이어프레임은 MVP가 아닙니다. 고객이 직접 보고, 만지고, 반응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합니다. 랜딩페이지든, 인스타 계정이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든 — 고객의 손에 닿아야 합니다.

둘째,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MVP를 내놓았을 때 "괜찮은 것 같다"는 감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랜딩페이지 방문자 중 이메일을 남긴 비율, 인스타 포스트의 저장 수와 댓글 수, 오픈채팅방에 들어온 사람 수. 이런 구체적인 지표가 다음 실험을 설계하는 근거가 됩니다.

AI와 함께 MVP의 문턱은 더 낮아졌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변화가 있습니다. AI 도구의 등장으로, MVP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적 장벽이 극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2024년 Y Combinator 배치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YC의 파트너 Jared Friedman은 "이번 배치의 창업팀 중 상당수가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비개발자 창업자가 Cursor, Bolt, Lovable 같은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실제로 작동하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며칠 만에 만들어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Jared Friedman, "AI and the Future of Startups", Y Combinator Blog, 2024)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예전에는 "개발자가 없으니 랜딩페이지라도 만들자"였다면, 이제는 "AI 도구를 활용해 작동하는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보자"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물론 AI 도구로 만든 프로토타입이 완성된 제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MVP의 목적이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라면, 이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도구가 좋아졌다고 해서 MVP의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이지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아닙니다. AI 도구로 앱을 빨리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해서, 검증 없이 기능을 잔뜩 넣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실수입니다. 도구는 달라졌지만, 원칙은 같습니다. 가장 작은 형태로, 가장 빠르게, 고객 앞에 나가는 것.

실험과 MVP의 순환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리하면, 가설 검증의 과정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가설 → 실험 설계 → (필요시) MVP 제작 → 고객 반응 관찰 → 학습 → 가설 수정 → 다시 실험 설계

이 순환 고리에서 MVP는 고객과 접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실험 설계는 이 순환 전체를 아우르는 더 넓은 개념이고, MVP는 그 실험 중에서 고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순환을 끊임없이 돌리는 것입니다. MVP를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MVP를 통해 고객을 만나고, 피드백을 받고, 그 피드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실험을 설계하고, MVP를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 이 반복의 속도가 곧 스타트업의 경쟁력이 됩니다.

개발자가 없어서 앱을 못 만든다고 멈추지 마세요. 랜딩페이지 하나, 인스타 포스트 하나, AI 도구로 만든 프로토타입 하나 — 고객이 접할 수 있는 어떤 형태든 좋습니다.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니라, 고객 앞에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반응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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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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