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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꼭 '고객의 불편'에서 시작되어야 할까?
스타트업 강의에서 "고객의 불편을 해결하라"고 배웠지만, 모든 비즈니스가 불편에서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불편이 아니라, '비즈니스화할 수 있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Question. 창업 교육에서 "고객의 불편을 찾아라"고 배웠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불편 해소'라기보다 '새로운 가치 제공'에 가까운데요. 문제 정의가 꼭 고객의 불편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걸까요?
스타트업 중 42%가 '시장 수요 없음'으로 실패합니다 — 하지만 '수요'는 불편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CB Insights의 분석에 따르면, 스타트업 실패 원인 1위는 '시장 수요 없음(No Market Need)'으로 42%를 차지합니다. 이 통계는 보통 "고객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인용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수요'를 '불편'으로만 좁혀서 해석하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게 됩니다. 인스타그램은 어떤 불편을 해결했을까요?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불편했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 일상을 예쁘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는 있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DVD 대여의 불편을 해결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보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킨 것입니다.
문제와 고객은 같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범위가 '불편'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문제의 3가지 층위: 불편, 욕구, 비효율
고객의 문제를 세 가지 층위로 나눠서 보면, 비즈니스 기회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층위 1: 불편(Pain Point)
가장 전통적인 문제 정의입니다. "이것 때문에 힘들다." 택시를 잡기 어렵다 → 우버/카카오택시. 호텔이 비싸다 → 에어비앤비. 은행 가기 귀찮다 → 모바일 뱅킹. 불편이 명확한 경우, 솔루션도 명확하고, 고객도 명확합니다.
층위 2: 욕구(Desire)
고객이 불편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이것이 가능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 경우입니다. 인스타그램, 틱톡, 로블록스 같은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지만, 생기고 나니 없으면 안 되는 것. 이 경우 비즈니스의 핵심은 '불편 해소'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 창출'입니다.
층위 3: 비효율(Inefficiency)
고객이 불편하다고 느끼지도, 새로운 것을 원하지도 않지만, 기존 방식이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인 경우입니다. B2B SaaS의 많은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담당자는 현재 방식에 익숙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것. 이 경우 비즈니스의 핵심은 '인지하지 못하는 비효율을 가시화하는 것'입니다.
Clayton Christensen(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혁신 이론의 대가)은 고객이 제품을 '고용(hire)'하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불편 해소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고객은 자신의 삶에서 특정한 '할 일(job to be done)'이 생길 때 제품을 고용한다. 그 '할 일'은 기능적일 수도, 감정적일 수도, 사회적일 수도 있다. 밀크셰이크를 사는 사람의 상당수는 맛 때문이 아니라, 출근길에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할 일'을 이해하면, 불편이 아닌 다른 차원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출처: Clayton Christensen, Taddy Hall, Karen Dillon, David Duncan, "Know Your Customers' 'Jobs to Be Done'", Harvard Business Review, 2016)
'문제 현상'과 '비즈니스 가능한 문제'를 구분하세요
여기서 매우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문제 현상(problem phenomenon)과 비즈니스 가능한 문제(actionable problem)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이 너무 많은 환경 문제를 발견했다고 합시다. '환경 파괴'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 현상이지, 곧바로 비즈니스가 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 현상에서 비즈니스 가능한 문제를 찾으려면, 고객을 정의해야 합니다. 배달 음식을 많이 시키는 사람이 고객일 수 있습니다. 또는 배달로만 서비스를 하는 식당이 고객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객 프로파일을 만들면서, 어떤 사람의 어떤 문제를 풀면 좋을지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Alexander Osterwalder(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창시자)는 가치 제안의 구조를 분석합니다.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은 고객의 '할 일(jobs)', '고통(pains)', '이득(gains)'에 대응해야 한다. 많은 창업자가 고통(pains)만 보지만, 이득(gains)도 동등하게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다. 고객이 현재 기대하지 않는 이득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불편 해소보다 더 강력한 가치 제안이 될 수 있다."
(출처: Alexander Osterwalder, Yves Pigneur, Greg Bernarda, Alan Smith, 『Value Proposition Design: How to Create Products and Services Customers Want』, Wiley, 2014)
이 과정을 거치면 어떤 고객의 문제가 더 시급한지, 어떤 것이 더 비즈니스 가능성이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즈니스화할 수 있는 문제를 정의하는 프레임워크
비즈니스 가능한 문제를 정의하기 위한 3단계 프레임워크를 제안합니다.
1단계: 고객을 먼저 정의하세요. "이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또는 "이 새로운 가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람을 찾으세요.
2단계: 그 고객이 돈을 낼 의향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문제가 존재한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문제의 해결에 돈을 낼 만큼 시급하거나 가치 있어야 합니다.
3단계: 기존 대안보다 나은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고객이 이미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 우리의 솔루션이 기존 대안보다 확실히 나아야 합니다.
Tony Fadell(iPod, iPhone 공동개발자, Nest 창업자)은 이 과정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최고의 제품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매일 겪으면서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혁신이다."
(출처: Tony Fadell, 『Build: An Unorthodox Guide to Making Things Worth Making』, Harper Business, 2022)
불편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비즈니스는 반드시 고객의 불편에서 시작될 필요가 없습니다. 불편, 욕구, 비효율 — 어떤 층위든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비즈니스화할 수 있으면 됩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 현상과 비즈니스 가능한 문제를 구분하세요. 거대한 사회 문제를 발견했다고 바로 비즈니스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구체적인 고객과 구체적인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둘째, 고객을 정의하면서 문제를 구체화하세요. 고객이 명확해지면, 그 고객으로부터 확실히 풀 수 있는 '진짜 문제'가 보입니다. 여기서 진짜 문제란, '비즈니스화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 정도로 문제를 정의해야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도 가능해집니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비즈니스는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꼭 스타트업이 아니어도, 기존에 없던 것을 제공해서 누군가의 삶을 나아지게 만든다면 해볼 만한 비즈니스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참고 자료
- Clayton Christensen, Taddy Hall, Karen Dillon, David Duncan, "Know Your Customers' 'Jobs to Be Done'", Harvard Business Review, 2016
- Alexander Osterwalder et al., 『Value Proposition Design』, Wiley, 2014
- Tony Fadell, 『Build: An Unorthodox Guide to Making Things Worth Making』, Harper Busines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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