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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면 창업에서 불리한 건가요?
서카포가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다 잘 되는 건 아닙니다. 학벌의 이점은 '시작'에 있고, 성공의 이점은 '실행'에 있습니다.
Question. 스타트업 투자 받을 때 학벌이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출신이 아니면 불리한가요? 비명문대 출신도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브라이언 체스키는 미술 대학을 나왔습니다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 출신입니다.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Joe Gebbia)도 같은 학교 출신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스탠포드-MIT-하버드 네트워크와는 거리가 먼 배경이었습니다.
Y Combinator에 지원했을 때,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이 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체스키가 보여준 것은 학벌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이해와 실행력이었습니다. "이 팀은 자기 아파트에 에어 매트리스를 깔고 실제로 손님을 받아봤다. 아이디어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미 실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했다."
지금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은 80조 원이 넘습니다. 미술 대학 출신 두 명이 만든 회사입니다.
'서카포 인센티브'는 존재합니다 — 솔직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서카포(서울대·카이스트·포항공대) 출신이 투자를 받을 때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없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특히 최초 투자(시드 라운드) 시에는 이런 경향이 좀 더 강합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네트워크 효과. 서카포 출신의 주변 풀(pool)이 좋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합니다. 팀빌딩이 훨씬 용이할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기술력 있는 공동창업자를 구하기가 쉬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둘째, 신호 효과(signaling). 투자자가 볼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인 초기 단계에서, 학벌은 하나의 신호 역할을 합니다. "이 사람이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은, 최소한 이 정도의 역량은 검증되었다"는 판단입니다.
셋째, VC 생태계의 구조. 한국의 VC 생태계에 서카포 출신이 많습니다. 같은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구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Michael Spence(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이런 현상을 '신호 이론(signaling theory)'으로 설명합니다. "정보가 불완전한 시장에서, 사람들은 관찰 가능한 신호를 통해 관찰 불가능한 자질을 추론한다. 교육 수준은 가장 전통적인 신호다. 하지만 이 신호가 실제 역량을 정확하게 반영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출처: Michael Spence, "Job Market Signaling",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973)
하지만 그들이라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서카포라고 다 투자를 잘 받는 것이 아니고, 투자를 받았다고 해서 다 잘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벌이 줄 수 있는 것은 '시작의 이점'입니다. 첫 번째 미팅을 잡기 쉽고, 첫 투자를 받기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성공은 첫 투자에서 결정되지 않습니다. 고객을 확보하고, 제품을 개선하고, 시장에서 성장하는 과정은 학벌과 무관합니다.
Vivek Wadhwa(카네기멜론대학 연구교수)의 연구가 이를 실증합니다. "성공한 기술 창업자 549명을 조사한 결과, 엘리트 대학 출신의 비율은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창업 성공과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것은 학벌이 아니라, 해당 산업에서의 실무 경험과 이전 창업 경험이었다. 학벌은 네트워크와 초기 자원 접근성에서 이점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출처: Vivek Wadhwa, Richard Freeman, Ben Rissing, "Education and Tech Entrepreneurship", Kauffman Foundation, 2008)
그들의 베네핏이 없다고는 말 못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불리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학벌의 이점을 대체하는 방법
학벌이 주는 세 가지 이점 — 네트워크, 신호, VC 접근성 — 은 다른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만들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해커톤, 온라인 커뮤니티. 2025년에는 학교가 아닌 곳에서도 양질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경로가 많습니다.
신호는 실행으로 대체됩니다. 학벌이 "이 사람은 역량이 있을 것이다"라는 간접 신호라면, 작동하는 프로덕트와 실제 고객은 직접 증거입니다. 투자자에게 "서울대 나왔습니다"보다 "월간 활성 사용자 1,000명입니다"가 더 강력한 신호입니다.
VC 접근성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엔젤 투자 플랫폼, 크라우드펀딩, 정부 지원 사업 등 초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VC 네트워크에 접근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경로를 통해 시작할 수 있습니다.
Scott Galloway(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교육의 신호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전통적으로 엘리트 대학의 학위는 '이 사람은 특별하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개인의 역량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많아졌다. 오픈소스 기여, 포트폴리오, 실제 프로덕트, 온라인 평판. 학위의 신호 가치는 줄어들고 있고, 실제 성과의 신호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출처: Scott Galloway, 『Post Corona: From Crisis to Opportunity』, Portfolio, 2020)
시작은 다를 수 있지만, 결과는 실행이 결정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학벌의 이점은 존재합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특히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서카포 출신이 초기 투자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가지를 기억하세요.
첫째, 학벌이 주는 것은 '시작의 이점'이지, '성공의 보장'이 아닙니다. 서카포 출신이라고 다 성공하지 않고, 비명문대 출신이라고 다 실패하지 않습니다.
둘째, 학벌이 주는 이점은 다른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만들 수 있고, 신호는 실행으로 보여줄 수 있고, 자금 접근성은 다양한 경로가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가 보는 것은, 이 팀이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가, 실행력이 있는가, 학습하고 성장하고 있는가입니다. 학벌은 첫 미팅의 문을 열어줄 수 있지만, 그 문 안에서 무엇을 보여주느냐는 전적으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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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Michael Spence, "Job Market Signaling",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973
- Vivek Wadhwa, Richard Freeman, Ben Rissing, "Education and Tech Entrepreneurship", Kauffman Foundation, 2008
- Scott Galloway, 『Post Corona: From Crisis to Opportunity』, Portfoli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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