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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디어, 누군가 베끼면 어떡하죠?

특허를 내면 아이디어를 지킬 수 있을까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베끼는 경쟁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2024년 9월 26일리얼비즌10분 읽기

Question. 아이디어를 발표하거나 IR 자료를 공유하면, 누군가 베끼지 않을까 걱정돼요. 특허를 내야 하는 건지, NDA를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나요?

당근마켓의 '매너 온도'를 네이버가 따라했습니다

2020년, 당근마켓의 핵심 UX였던 '매너 온도' 시스템이 네이버의 중고거래 서비스에 유사하게 등장했습니다. 당근마켓의 사용자 신뢰 체계를 그대로 차용한 것처럼 보이는 디자인이었습니다. 당근마켓은 이 상황에 법적 대응 대신, 다른 방식으로 싸웠습니다. 수천만 명의 충성 사용자들이 목소리를 냈고,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결국 네이버는 한 발 물러섰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당근마켓을 지킨 것은 특허도, NDA도 아니었습니다. 고객이었습니다. 수천만 명의 사용자가 "이것은 당근마켓의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기업이라 해도 그것을 가져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많은 초기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낍니다. 누군가 내 아이디어를 듣고 베끼면 어떡하지? IR 자료를 보낸 투자자가 다른 곳에 공유하면? 이 불안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불안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아이디어 자체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James Bessen과 Michael Meurer 교수(보스턴대학교 법학대학원)는 특허 시스템의 현실을 연구하면서, 소규모 기업에게 특허가 가진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특허는 이론적으로는 혁신을 보호하는 도구이지만, 실제로는 소규모 기업이 특허를 통해 대기업의 모방을 막아낸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허 소송의 평균 비용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며,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 또한 경쟁자가 특허의 일부를 변경하여 회피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출처: James Bessen & Michael Meurer, 『Patent Failure: How Judges, Bureaucrats, and Lawyers Put Innovators at Risk』,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8)

이것은 특허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특허만으로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지킬 수 있다는 것은 환상입니다. 기술 특허를 출원해도, 경쟁자가 핵심 메커니즘의 일부를 변경하여 회피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디자인 특허를 등록해도, UI의 본질적 아이디어까지 보호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무방비 상태인 걸까요? 아닙니다. 보호의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진입장벽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에서 만들어집니다

Warren Buffett은 투자할 기업을 평가할 때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중세 성을 둘러싼 물길처럼, 경쟁자가 쉽게 넘어올 수 없는 구조적 방어막을 말합니다.

Pat Dorsey(Morningstar 전 주식 리서치 총괄)는 이 개념을 체계화하면서, 진입장벽의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무형자산(브랜드, 특허, 라이선스), 전환 비용, 네트워크 효과, 비용 우위. 이 네 가지 중 하나 이상을 가진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유지한다. 그리고 스타트업에게 가장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해자는 네트워크 효과와 전환 비용이다."

(출처: Pat Dorsey, 『The Little Book That Builds Wealth: The Knockout Formula for Finding Great Investments』, Wiley, 2008)

이것을 스타트업의 맥락으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아이디어를 보호하려고 에너지를 쓰는 대신, 아이디어를 실행하여 고객을 확보하는 데 에너지를 쓰라는 것입니다.

당근마켓의 매너 온도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복잡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따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천만 명의 사용자가 이미 매너 온도에 익숙하고, 거래 상대방의 매너 온도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된 상태에서, 동일한 기능을 다른 플랫폼에 넣는다고 사용자가 이동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네트워크 효과이고, 전환 비용입니다.

그래도 해야 할 최소한의 보호

진입장벽의 본질이 고객이라고 해서, 법적 보호를 아예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법적 장치는 필요합니다.

Reid Hoffman(LinkedIn 공동창업자)은 스타트업과 지적재산권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니다. 실행이 전부다. 하지만 실행의 결과물 — 브랜드, 코드, 디자인 — 은 보호할 가치가 있다. 스타트업이 초기에 해야 할 것은 아이디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실행한 결과물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출처: Reid Hoffman, 『Blitzscaling: The Lightning-Fast Path to Building Massively Valuable Companies』, Currency, 2018)

현실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이 해야 할 보호 조치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상표권은 반드시 등록하세요. 서비스명, 회사명, 핵심 브랜드 요소에 대한 상표권 등록은 비용이 크지 않습니다(수십만 원 수준). 하지만 이것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누군가가 같은 이름을 먼저 등록했을 때 이름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상표권은 '먼저 등록한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습니다.

둘째,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검토하세요. 완벽한 보호는 어렵지만, 특허가 있으면 경쟁자에게 최소한의 견제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투자 유치 시, 특허 보유 여부가 기술력의 증거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다만, 특허 출원에 과도한 비용과 시간을 쓰는 것은 초기 스타트업에게 적절하지 않습니다.

셋째, 기록을 남기세요. 아이디어의 발전 과정, 미팅 기록, 개발 일지 등을 체계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분쟁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먼저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이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카카오 헬스케어와 영양제 디스펜서 스타트업 사이의 분쟁에서, 스타트업 측이 싸울 수 있었던 이유도 모든 미팅을 꼼꼼하게 기록해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숨기지 마세요

여기서 한 가지 더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많은 초기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숨기려 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말하면 누가 베끼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잠재 고객에게도, 투자자에게도, 동료 창업자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죽이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공유될 때 검증됩니다.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반응이 시큰둥하다면, 그 아이디어는 재고가 필요한 것입니다. 반대로 눈이 반짝이며 "그거 어디서 쓸 수 있어?"라고 물어본다면,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 피드백 없이는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베껴지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같은 아이디어를 들어도, 그것을 실제로 제품으로 만들고,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을 내는 과정까지 가는 팀은 극소수입니다.

James Currier(NFX 공동창업자,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네트워크 효과를 스타트업의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으로 분석합니다. "테크 기업 가치의 70%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나온다. 아이디어를 복제하는 것은 쉽지만, 이미 형성된 네트워크를 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방어력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관계의 밀도에서 온다."

(출처: James Currier, "The Network Effects Manual: 16 Different Network Effects", NFX, 2023)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 이유도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어서가 아닙니다. '남들도 갖고 있는 아이디어이지만, 이 팀은 이런 방법을 통해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 가능성을 보여줄 때 투자를 받는 것입니다.

결국, 가장 빠른 팀이 이깁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세 가지 층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본층은 법적 보호입니다. 상표권 등록, 필요한 경우 특허 출원, 그리고 체계적인 기록. 이것은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중간층은 실행 속도입니다. 아이디어를 가장 빨리 제품으로 만들고, 가장 빨리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 경쟁자가 베끼더라도, 우리가 이미 한 발 앞서 있으면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최상층은 고객과의 관계입니다. 이것이 궁극적인 진입장벽입니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좋아하고, 우리 브랜드에 충성하고 있다면, 동일한 기능을 가진 경쟁 제품이 나타나도 쉽게 이탈하지 않습니다. 당근마켓이 네이버를 이긴 방식이 바로 이것입니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숨기는 데 에너지를 쓰지 마세요. 그 에너지를 실행에 쓰세요. 가장 빨리 만들고, 가장 빨리 고객을 확보하고, 가장 빨리 그들과의 관계를 쌓으세요. 그것이 어떤 특허보다, 어떤 NDA보다 강력한 방어막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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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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