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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특허와 상표권 관리
특허를 내면 우리 기술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허와 상표권, 스타트업이 실무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Question. 특허를 내야 할지 말지 고민입니다. 비용이 부담되는데 꼭 필요한 건가요? 특허 침해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는 방법이 있나요? 상표권 등록은 언제 해야 하고, 직접 할 수 있나요?
애플은 '슬라이드 투 언락' 특허로 삼성과 10년을 싸웠습니다
2011년, 애플은 삼성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중 하나가 '슬라이드 투 언락(Slide to Unlock)' — 화면을 밀어서 잠금을 해제하는 방식에 대한 특허였습니다. 애플은 이 특허가 자사의 독점적 기술이라고 주장했고, 삼성은 이 기술이 기존에 이미 존재하던 개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소송은 미국, 한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10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지역마다 달랐습니다. 미국에서는 애플이 일부 승소했지만, 유럽에서는 해당 특허가 무효화되기도 했습니다. 수십억 달러의 소송 비용이 투입되었고, 결과는 명확한 승패 없이 합의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수조 원의 법무팀을 가진 글로벌 기업조차, 특허로 기술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기 스타트업에게 특허와 상표권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하나씩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특허: 출원과 등록은 다릅니다
먼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많은 분들이 혼동하는 부분을 짚겠습니다. 특허를 '출원'하는 것과 '등록'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단계입니다.
출원은 특허청에 "이런 기술에 대한 특허를 인정해달라"고 신청하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는 아직 특허가 인정된 것이 아닙니다. 심사를 거쳐 등록이 완료되어야 비로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출원만 했다고 모든 것이 등록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특허 환경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한국의 특허 무효화율은 약 60%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특허를 비교적 쉽게 내주는 만큼, 이의를 제기하면 무효화되기도 쉽다는 뜻입니다.
또한 특허는 매우 구체적입니다. 어떤 기술의 특정 구현 방법에 대한 독점권이지, 그 기술의 아이디어 전체에 대한 독점이 아닙니다. 수업시간에 과제를 잘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알고리즘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 알고리즘의 순서도, 즉 구체적인 구현 방법이 특허가 됩니다. 하지만 "과제를 잘하는 사람을 발견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특허로 보호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있습니다. 특허가 구체적이라는 것은, 거기서 조금만 바꿔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경쟁자가 특허를 '회피'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David Kline과 David Rivette는 지적재산권 전략을 연구하면서, 스타트업의 특허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 수준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특허는 성(城)이 아니라 울타리다.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하지만, 경쟁자에게 '여기에는 비용이 든다'는 신호를 보낸다. 스타트업에게 특허의 가치는 법적 보호 그 자체보다, 투자자에게 기술력을 증명하고 경쟁자에게 견제 효과를 주는 데 있다."
(출처: David Kline & David Rivette, 『Rembrandts in the Attic: Unlocking the Hidden Value of Patents』,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2000)
특허 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
자신의 기술이 기존 특허를 침해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키프리스(KIPRIS, kipris.or.kr)를 활용하세요. 특허청이 운영하는 특허 정보 검색 서비스로, 등록된 상표권과 특허를 무료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검색할 때의 팁이 있습니다. 프로덕트의 이름이나 비즈니스 모델로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을 활용했는지를 중심으로 검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특허는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술의 구현 방법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검색 결과 유사한 특허가 이미 존재한다면, 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가지를 확인해보세요. 첫째, 그 특허가 여전히 유효한지. 특허에는 유효 기간이 있고, 유지 비용을 내지 않으면 소멸됩니다. 둘째, 우리 기술이 정말로 그 특허의 청구항(claim)에 해당하는지. 이 판단은 전문적인 영역이므로, 이 시점에서 변리사와 상담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Russell Slifer(전 미국 특허상표청 부국장)는 스타트업의 특허 전략에 대해 이렇게 조언합니다. "모든 기술에 특허를 내려고 하면 비용만 들고 실효성은 떨어진다. 핵심 기술(core technology)과 비핵심 기술을 구분하라. 핵심 기술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출원하고, 나머지는 영업 비밀(trade secret)로 관리하는 것이 초기 스타트업에게 현실적인 전략이다."
(출처: Russell Slifer, "Patent Strategy for Startups", Stanford Technology Ventures Program, 2018)
상표권: 특허보다 먼저, 반드시 등록하세요
여기서 리얼비즌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될 IP 이슈는 특허가 아니라 상표권입니다.
상표권은 서비스명, 회사명, 로고 등 브랜드를 보호하는 권리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등록해야 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상표권은 '먼저 등록한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서비스를 론칭하고, 고객을 확보하고,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같은 이름을 먼저 상표 등록해버리면 — 여러분이 그 이름을 쓸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투자한 마케팅 비용,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가 한순간에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상표권 등록의 좋은 점은, 비용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수십만 원 수준이고, 절차도 복잡하지 않아서 직접 하실 수 있습니다. 특허처럼 수백만 원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Marty Neumeier(브랜드 전략가)는 브랜드의 법적 보호에 대해 이렇게 정리합니다. "브랜드는 고객의 마음속에 존재하지만, 법적 보호는 등록부에 존재한다. 아무리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어도, 법적 보호가 없으면 그 브랜드는 누구나 가져갈 수 있다. 상표 등록은 브랜드 구축의 첫 번째 단계이지, 마지막 단계가 아니다."
(출처: Marty Neumeier, 『The Brand Gap: How to Bridge the Distance Between Business Strategy and Design』, New Riders, 2005)
특허와 상표권,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우선순위
특허와 상표권에 대한 현실적인 우선순위를 정리하겠습니다.
1순위: 상표권 등록. 서비스명, 회사명에 대한 상표권을 가능한 빨리 등록하세요. 비용 대비 보호 효과가 가장 큰 IP 보호 수단입니다. 키프리스에서 먼저 동일·유사 상표가 있는지 검색한 후 출원하세요.
2순위: 특허 침해 여부 사전 확인. 우리 기술이 기존 특허를 침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키프리스를 통해 선행 기술 조사를 하세요.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면 변리사와 상담하세요.
3순위: 핵심 기술의 선택적 특허 출원. 모든 기술이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기술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특허를 출원하세요. 비용과 실효성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4순위: 영업 비밀 관리. 특허로 출원하지 않는 기술과 노하우는, 사내 보안 정책과 비밀유지계약(NDA)을 통해 관리하세요.
비용이 부담된다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지식재산 바우처 사업이나 특허청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인해보세요. 변리사 상담 비용이나 출원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허는 방패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닙니다
정리하겠습니다. 특허는 중요하지만, 만능이 아닙니다. 한국의 특허 무효화율 60%가 보여주듯, 특허가 있다고 해서 기술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변경해도 회피가 가능한 것이 특허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상표권은 다릅니다. 상표권은 직접적이고 확실한 보호를 제공합니다. 비용도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표권 등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특허든 상표권이든, 핵심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보호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보호 수단을 선택하겠다'는 태도입니다. 상표권을 먼저 등록하고, 핵심 기술에 대해 선택적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나머지는 영업 비밀로 관리하는 것. 이 순서가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현실적인 IP 전략입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변리사와 상담하시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초기 상담 비용은 크지 않지만,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의 비용은 비교할 수 없이 큽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참고 자료
- David Kline & David Rivette, 『Rembrandts in the Attic』,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2000
- Russell Slifer, "Patent Strategy for Startups", Stanford Technology Ventures Program, 2018
- Marty Neumeier, 『The Brand Gap』, New Riders, 2005
- KIPRIS(키프리스) 특허 정보 검색 서비스 (kipris.or.kr)
- 애플 vs 삼성 특허 소송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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