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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어떻게 책정해야 할까요?
내가 만들었으니 비싸게 팔고 싶지만, 고객 입장에서 이 서비스에 얼마를 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경쟁 서비스를 참고하고 고객 반응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프라이싱 방법입니다.
Question. 앱을 개발 중인데,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요. 구독으로 할지, 일회성 구매로 할지도 모르겠고요. 경쟁 서비스보다 기능이 적은데 비슷한 가격을 받아도 되는 건지 고민입니다.
커피숍 사장님이 아메리카노 가격을 정하는 방식
동네에 카페를 연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메리카노 가격을 정해야 합니다. 원두 원가를 계산하고, 임대료를 나누고, 인건비를 더해서 가격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부분의 카페 사장님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주변 카페의 아메리카노 가격을 봅니다. 4,500원에서 5,500원 사이라면, 그 범위 안에서 가격을 정합니다. 우리 카페만의 특별한 가치가 있다면 조금 더 높게, 아직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았다면 조금 더 낮게.
스타트업의 프라이싱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먼저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경쟁 서비스가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격 책정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자기 서비스의 가치를 자기가 매기는 것입니다. "6개월 동안 개발했으니까 이 정도는 받아야지", "이 기능이 들어갔으니까 월 2만 원은 해야지" — 이런 접근은 위험합니다.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비싸게 팔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내 노력이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Harvard Business School의 Rafi Mohammed 교수는 프라이싱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격은 고객이 당신의 제품에 부여하는 가치의 반영이다. 당신이 투입한 비용의 반영이 아니다." 원가에 마진을 더하는 방식(Cost-plus pricing)은 가장 단순하지만, 고객의 지불 의사와 무관하게 설정되기 때문에 스타트업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Rafi Mohammed, 『The 1% Windfall』, HarperBusiness, 2010)
그렇다면 어디서 출발해야 할까요? 경쟁 서비스입니다.
완전히 동일한 서비스일 필요는 없습니다.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 비슷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넓게 살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협업 도구를 만들고 있다면, Slack이나 Monday.com, Notion 같은 서비스의 가격 구조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의 월 구독 요금은 개인 기준으로 1~2만 원 사이입니다. 이 범위가 고객이 이 카테고리의 서비스에 지불할 의향이 있는 대략적인 기준선이 됩니다.
일회성 구매 vs 구독, 어떻게 결정할까
앱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선택지가 이것입니다. 다운로드 시 일회성 결제를 할 것인가, 아니면 구독 모델로 갈 것인가.
앱 시장의 현실을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의 평균 가격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고, 강력한 기능을 갖춘 독보적인 앱이 아닌 이상 일회성 구매 가격이 2,000원을 넘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인앱 구매나 구독 모델은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주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제공합니다.
Tien Tzuo(Zuora 창업자, 구독 경제의 선구자)는 구독 모델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구독 모델의 본질은 반복 결제가 아니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다. 고객이 매달 돈을 내는 이유는 제품을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가치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출처: Tien Tzuo, 『Subscribed』, Portfolio/Penguin, 2018)
이 관점에서 보면 선택의 기준이 명확해집니다. 우리 서비스가 한 번 쓰고 끝나는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쓸수록 가치가 커지는 것인지. 지속적 사용이 핵심이라면 구독이 자연스럽고, 한 번의 사용으로 가치가 완결된다면 일회성 결제가 맞습니다.
다만, 요즘 구독 모델이 유행이니까 우리도 구독으로 가자 — 이런 결정은 위험합니다. 구독이 맞는 서비스가 있고, 건당 결제가 맞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것은 유행이 아니라 고객의 사용 패턴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최근 트렌드를 덧붙이면, AI 기반 서비스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용량 기반 과금(Usage-based Pricing)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OpenAI의 API 가격 모델이 대표적입니다. 월 정액이 아니라 사용한 만큼 과금하는 방식으로, Bessemer Venture Partners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클라우드 기업의 61%가 사용량 기반 요소를 가격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고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사용량이 늘수록 매출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출처: Bessemer Venture Partners, "State of the Cloud", 2023)
고객의 입장에서 한 번 뒤집어 보세요
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관점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고객이라면 이 서비스에 얼마를 내겠는가?
이것은 단순한 자문자답이 아닙니다. Patrick Campbell(ProfitWell 창업자)은 수천 개의 SaaS 기업을 분석한 결과, 가격에 대해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르는 기업은 "내부에서만 가격을 결정하는 기업"이라고 지적합니다. 고객의 지불 의사를 체계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팀 내부의 감으로만 가격을 정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패턴이라는 것입니다.
(출처: Patrick Campbell, "The Anatomy of SaaS Pricing Strategy", ProfitWell, 2019)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내가 이 앱을 다운로드받았다고 합시다. 무료 버전을 써봤는데, 유료 기능이 있습니다. 월 9,900원입니다. 이 가격을 보는 순간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이 정도면 쓸 만한데?" 아니면 "이걸로 월 만 원은 좀..."? 이 직관적 반응이 사실 고객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가격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출발점으로서 — 경쟁 서비스의 가격대를 파악하고, 고객 입장에서 지불 의향을 가늠해보는 것. 이 두 가지만으로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고객 반응을 보면서 조정하는 것입니다
프라이싱에 정답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가격을 찾으려 하기보다, 합리적인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고객 반응을 보며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경쟁 서비스의 가격 구조를 참고하되, 우리가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가격을 높이고,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면 낮은 가격에서 시작하는 것. 구독인지 일회성인지는 유행이 아니라 고객의 사용 패턴에 맞추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팀 내부에서만 결정하지 말고 실제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
가격은 한 번 정하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과 함께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참고 자료
- Rafi Mohammed, 『The 1% Windfall』, HarperBusiness, 2010
- Tien Tzuo, 『Subscribed』, Portfolio/Penguin, 2018
- Patrick Campbell, "The Anatomy of SaaS Pricing Strategy", ProfitWell, 2019
- Bessemer Venture Partners, "State of the Cloud",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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