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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이 정답이 아니라는 말,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
기업가치 1조 원을 찍으면 유니콘이 됩니다. 하지만 모든 유니콘이 좋은 비즈니스는 아닙니다. 유니콘 신화의 이면과 진짜 중요한 것을 정리합니다.
Question. 스타트업 하면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유니콘이 정답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유니콘이 되지 않으면 실패인 건가요?
WeWork는 470억 달러의 유니콘이었습니다
2019년, WeWork의 기업가치는 470억 달러(약 55조 원)로 평가되었습니다.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고, 공유 오피스의 미래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여겨졌습니다.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이라 불렸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WeWork는 IPO를 추진하면서 재무제표가 공개되었습니다. 매출이 늘수록 적자도 커지는 구조, 장기 임대 부채의 산, CEO의 방만한 경영. 시장은 경악했습니다. IPO는 철회되었고, 기업가치는 80억 달러로 급락했습니다. 2023년 WeWork는 파산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470억 달러의 유니콘이 파산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기업가치가 높다는 것과 좋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유니콘'이라는 단어의 탄생: 원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유니콘 기업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Aileen Lee(Cowboy Ventures 창립자)입니다. 2013년 그녀는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분석한 글에서, 이 기업들을 '유니콘'이라 명명했습니다.
왜 하필 유니콘이었을까요? Lee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2003년 이후 설립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중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달성한 기업은 39개에 불과했다. 전체 스타트업의 0.07%다. 이 확률은 유니콘을 발견할 확률만큼이나 낮다. 그래서 유니콘이라 부르기로 했다."
(출처: Aileen Lee, "Welcome To The Unicorn Club: Learning From Billion-Dollar Startups", TechCrunch / Cowboy Ventures, 2013)
역설은 여기에 있습니다. '유니콘'이라는 단어는 원래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신화적으로 희귀한 것'을 의미했습니다. 0.07%의 확률. 이것은 목표가 아니라, 예외적인 현상에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단어가 '모든 스타트업이 지향해야 할 목표'로 변질되었습니다. 투자자도, 창업자도, 미디어도 "유니콘이 되는 것"을 스타트업 성공의 기준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0.07%의 확률을 모든 스타트업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기업가치도 '가격'입니다: 거품이 끼는 구조
기업가치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녹취원문에서 이야기했듯이, 기업가치도 결국 '가격'입니다. 그리고 가격에는 거품이 낄 수 있습니다.
2020~2021년, 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스타트업 투자 시장으로 몰렸습니다. 돈이 넘쳐나니, 조금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에 투자가 쏟아졌습니다. '잘한다 싶으면 너도 나도 돈을 넣어서 기업가치가 뻥튀기 된 케이스가 꽤 많이 있었습니다.'
Ilya Strebulaev & Will Gornall(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은 유니콘 기업의 실제 가치를 분석한 연구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리가 135개 유니콘 기업의 투자 조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유니콘 기업의 보고 가치(reported valuation)는 실제 공정 가치(fair value)보다 48% 과대평가되어 있었다. 거의 절반의 유니콘이, 공정 가치 기준으로는 유니콘이 아니었다. 이 괴리는 투자 라운드마다 부여되는 다양한 우선권(청산 우선권, 래칫 조항 등)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포함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여 잡는 것이 관행이 되어 있다."
(출처: Ilya Strebulaev & Will Gornall, "Squaring Venture Capital Valuations with Reality",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Stanford GSB, 2020)
절반의 유니콘이 사실 유니콘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기업가치 1조 원이라는 숫자가 실제 회사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유니콘이 정답이 아니다'라는 말의 첫 번째 의미입니다.
유니콘이 되는 것과 좋은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다릅니다
두 번째 의미는 더 본질적입니다.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하고, 돈을 벌면서 성장하는 것과, 기업가치가 1조 원을 찍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기업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수익성을 무시하고 성장에만 집중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매출은 올라가지만 적자도 함께 커집니다. 투자 라운드를 반복하면서 기업가치는 올라가지만, 실제로 회사가 자립할 수 있는 수익 구조는 갖추지 못합니다. 결국 투자가 끊기면 무너집니다.
반대로, 기업가치는 크지 않지만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건강하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유니콘이라 불리지는 않지만, 창업자도 팀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Tim O'Reilly(O'Reilly Media 창립자, 기술 미래학자)는 유니콘 집착의 위험성을 이렇게 경고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니콘 추구는 어떤 면에서 금융 시장의 투기와 닮아 있다. 진짜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라운드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기대 위에 가격이 형성된다. 스타트업의 진정한 성공은 기업가치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실제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올리는 것에 있다. 우리는 '얼마나 빨리 커지는가'를 넘어, '얼마나 오래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출처: Tim O'Reilly, 『WTF?: What's the Future and Why It's Up to Us』, Harper Business, 2017)
'유니콘이 되려 하지 말고 낙타가 되려 하라'
이런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 '낙타형 스타트업'입니다. 유니콘이 빠르게 달리지만 물이 없으면 죽는 말이라면, 낙타는 사막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는 동물입니다.
낙타형 스타트업이란, 처음부터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하면서, 외부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스타트업을 말합니다. 성장은 유니콘보다 느릴 수 있지만, 투자 환경이 악화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관점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빠르게 성장해서 유니콘이 되어라"가 투자자의 주된 요구였다면, 지금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을 디테일하게 챙기면서 바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도 유니콘만을 추구하는 것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까요?
유니콘이 목표가 아니라면,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것. 고객에게 진짜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선순환. 이것이 비즈니스의 본질이고, 유니콘이 되느냐 아니냐는 이 본질의 결과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50억 밸류에이션에서 M&A를 통해 엑싯하는 것도 훌륭한 결과입니다. 매년 10억 원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10년간 운영하는 것도 대단한 성취입니다. 기업가치 1조 원을 찍었지만 3년 후 파산하는 것보다, 기업가치 100억 원이지만 20년간 건강하게 운영되는 회사가 더 좋은 비즈니스가 아닐까요?
유니콘이 되지 않으면 실패인가요? 절대 아닙니다. 유니콘은 0.07%의 예외적 현상에 붙은 이름이었습니다. 나머지 99.93%의 스타트업이 모두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팀을 먹여 살리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스타트업의 진짜 성공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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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Aileen Lee, "Welcome To The Unicorn Club", TechCrunch / Cowboy Ventures, 2013
- Ilya Strebulaev & Will Gornall, "Squaring Venture Capital Valuations with Reality", Stanford GSB, 2020
- Tim O'Reilly, 『WTF?: What's the Future and Why It's Up to Us』, Harper Busines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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