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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의 공동창업, 정말 위험할까요?
'친한 사람과 창업하지 마라'는 조언의 진짜 의미는 '검증 없이 함께하지 마라'입니다. 친구와 창업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Question. 친한 친구와 같이 창업하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다들 말리더라고요. '친한 사람과 공동창업하면 망한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그럼 도대체 어떤 사람과 창업을 해야 하는 건가요?
73%. 공동창업자와 갈등을 겪은 스타트업의 비율입니다
카우프만 재단(Kauffman Foundation)이 미국 스타트업 창업자 5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공동창업자 간 관계 문제를 경험한 비율은 73%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 문제의 상당수는 공동창업자가 '친한 사이'였을 때 발생했습니다.
(출처: Vivek Wadhwa et al., "The Anatomy of an Entrepreneur: Family Background and Motivation", Kauffman Foundation, 2009)
놀라운 숫자입니다. 10팀 중 7팀 이상이 공동창업자와 갈등을 겪는다는 것은, 이 문제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거의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갈등이 가장 파괴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관계가 깊었던 사이일수록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친한 사이일수록 "이 사람은 잘 알아"라는 확신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증을 건너뛰게 됩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친밀함이 아니라 검증의 부재가 문제입니다
'친한 사람과 공동창업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조언의 진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친밀함 자체가 아닙니다. 문제는 친밀함이 만들어내는 착각입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서 '이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있는 것은 친구로서의 모습이지 동료로서의 모습이 아닙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놀고, 같이 여행 가본 것과, 같이 마감을 맞추고, 같이 힘든 결정을 내리고, 같이 실패를 감당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Chip Heath와 Dan Heath 교수는 중요한 결정에서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을 연구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확증 편향' — 이미 내린 결론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찾는 경향입니다. "이 친구는 좋은 사람이니까 같이 일해도 잘 될 거야"라는 결론이 먼저 있으면, 그 결론에 맞는 증거만 보게 됩니다. 반대 증거 — 이 사람의 일하는 방식, 스트레스 대처 패턴, 의사결정 스타일 — 는 무시됩니다.
(출처: Chip Heath & Dan Heath, 『Decisive: How to Make Better Choices in Life and Work』, Crown Business, 2013)
그래서 단순히 친하다고 같이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친구라서 나쁜 것이 아니라, 친구이기 때문에 검증을 건너뛰기 쉽다는 것이 진짜 경고입니다.
공동창업자에게 필요한 세 가지
그렇다면 공동창업자를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요? 리얼비즌이 수많은 창업팀을 관찰하며 정리한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역량이 겹치지 않아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겹치면, 같은 영역에서 의견이 충돌하고 나머지 영역은 아무도 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 대표를 맡고, 개발을 잘하는 사람, 프로덕트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 고객 획득을 할 수 있는 사람. 최대 4명이라면 이런 구성이 이상적입니다. 핵심은 겹치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 각자의 영역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진짜 비즈니스를 한다면, 자기 영역의 일을 완결성 있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같이 해보자"고 시작했지만, 막상 어려워지면 손을 놓는 사람이 공동창업자라면 — 그것은 친구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의 존폐에 관한 문제가 됩니다.
셋째, 반드시 일을 함께 해본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든, 공모전이든, 작은 용역이든 상관없습니다. 실제로 일을 함께 해보면, 이 사람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마감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의견 충돌 시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드러납니다. 같이 놀아본 것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팀도 피버팅됩니다
한 가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드려야 합니다.
프로덕트를 계속 피버팅하듯이, 창업 멤버도 계속 바뀔 수 있습니다. 처음에 4명으로 시작했다고 이 4명이 끝까지 함께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장이 바뀌어서 나갈 수도 있고, 방향이 달라져서 헤어질 수도 있고, 합이 안 맞아서 정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Y Combinator의 Dalton Caldwell와 Michael Seibel은 수천 개의 스타트업을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창업자 관계의 패턴을 정리합니다. "공동창업자 간의 갈등은 대부분 초기에 '불편한 대화'를 피한 결과다. 지분 배분, 역할 범위, 퇴출 조건 — 이 세 가지를 창업 전에 명확히 합의한 팀이 생존한다. 우리가 본 실패의 상당수는 기술이나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창업자 관계의 파탄이었다."
(출처: Dalton Caldwell & Michael Seibel, "How to Split Equity Among Co-Founders", Y Combinator, 2021)
누군가 나가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서 팀을 재구성하는 것. 이것도 창업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너무 급하게 "이 사람이야!"라고 결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동창업자를 데려오는 것과, 나중에 팀원으로 합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무게의 결정입니다. 공동창업자는 회사의 DNA를 함께 만드는 사람입니다. 지분을 나누고, 책임을 나누고, 실패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 관계입니다. 그만큼 신중해야 합니다.
친구와 창업해도 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친구와의 공동창업이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도 RISD(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동기, 즉 친구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폴 앨런도 고등학교 친구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친구이기 때문에' 함께한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해봤기 때문에' 함께했다는 점입니다.
친구든 아니든, 공동창업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은 같습니다. 실제로 일을 함께 해보는 것. 그 과정에서 역량이 겹치지 않는지, 일하는 스타일이 맞는지, 책임감 있게 일을 완결하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것. 이 과정을 거쳤다면, 친구든 처음 만난 사람이든 좋은 공동창업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되, 팀빌딩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니 꼼꼼하게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참고 자료
- Vivek Wadhwa et al., "The Anatomy of an Entrepreneur", Kauffman Foundation, 2009
- Chip Heath & Dan Heath, 『Decisive: How to Make Better Choices in Life and Work』, Crown Business, 2013
- Dalton Caldwell & Michael Seibel, "How to Split Equity Among Co-Founders", Y Combinator, 2021
- Airbnb, Microsoft 공동창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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