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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연쇄창업 성공 사례가 있나요?

한국에서도 엑싯 후 재창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연쇄창업자의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운이 아니라, 첫 번째 창업에서 축적한 세 가지 자산 때문입니다.

2025년 5월 8일리얼비즌10분 읽기

Question. 미국에서는 연쇄창업자(시리얼 앙트러프러너)가 많다고 들었는데, 한국에도 그런 사례가 있나요? 첫 번째 창업을 성공적으로 엑싯한 사람이 다시 창업하면 실제로 더 잘 되나요? 연쇄창업이 가능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 건가요?

티몬 의장이 나와서 200억을 투자받은 이유

유한익 의장. 티몬(티켓몬스터)의 의장 출신입니다. 티몬을 떠난 후 'RXC'라는 커머스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투자금만 200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첫 번째 창업(티몬)에서 커머스 비즈니스를 성장시킨 경험이 있으니, 투자자들이 두 번째 창업에 베팅한 것입니다.

이것은 유한익 의장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연쇄창업 성공 사례가 분명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풀(바로풀기)'이라는 초등학교 수학 에듀테크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네이버(라인)에 인수되었습니다. 대표가 락업 기간이 끝나고 나와서 새로 창업한 것이 '레몬트리'라는 키즈 핀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시드 투자 50억 원을 유치했습니다.

또 하나. '튜터링'이라는 영어 말하기 연결 서비스를 만든 김미희 대표. 전화 영어를 앱으로 바꾼 서비스였는데, 약 100억 원 밸류에이션으로 마켓디자이너스에 인수되었습니다. M&A 후 2-3년이 지나 회사를 나와 '비크'라는 스타트업을 세웠고, 약 200억 원 밸류에이션에 45억 원 투자를 받았습니다.

세 사례 모두 같은 패턴입니다. 첫 번째 창업에서 성장시키고, 엑싯하고, 다시 창업했을 때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투자를 받습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한 번 성공했으니까'가 아닙니다. 연쇄창업자에게는 구조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연쇄창업자가 축적하는 세 가지 자산

Paul Gompers(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그의 공동 연구진은 연쇄창업자의 성과를 대규모 데이터로 분석했습니다. "이전에 성공적으로 기업을 공개(IPO)한 창업자가 다시 창업했을 때, 다음 벤처의 성공 확률은 30%에 달한다. 이는 처음 창업하는 사람의 성공 확률(약 18%)보다 유의미하게 높다. 흥미로운 점은, 이전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도 첫 창업자보다 약간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창업 경험 자체가 학습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시사한다."

(출처: Paul Gompers, Anna Kovner, Josh Lerner, David Scharfstein, "Performance Persistence in Entrepreneurship and Venture Capital",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2010)

이 연구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연쇄창업자의 높은 성공률은 운이 아니라 축적된 자산 때문입니다. 그 자산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자산 1: 실행 경험 — '어떻게 하는지'를 안다

첫 번째 창업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법인 설립부터 팀 빌딩, 투자 유치, 고객 확보, 피봇, 그리고 엑싯까지. 모든 과정을 처음 경험합니다.

두 번째 창업에서는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법인을 어떻게 세우는지, 투자자를 어떻게 만나는지, IR 자료를 어떻게 만드는지, 팀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이미 한 번 밟아본 길이기 때문에, 시행착오에 쓰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줄어듭니다.

위 사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분들도 처음에는 작게, 우리가 배운 공식을 밟으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성장시켜서 엑싯을 한 후 다시 창업하니까, 전체 과정의 속도가 달라집니다.

자산 2: 네트워크 — '누구와 하는지'가 달라진다

Steven Kaplan(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 교수)과 공동 연구진은 투자자가 창업자를 평가할 때 무엇을 보는지를 분석합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창업자의 경험과 역량이 비즈니스 아이디어보다 더 강력한 성공 예측 변수다. 투자자들은 사업 계획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창업자의 실행력과 네트워크, 그리고 학습 능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검증된 창업자에게 베팅하는 것이다."

(출처: Steven Kaplan, Berk Sensoy, Per Strömberg, "Should Investors Bet on the Jockey or the Horse? Evidence from the Evolution of Firms from Early Business Plans to Public Companies", The Journal of Finance, 2009)

첫 번째 창업 과정에서 창업자는 투자자, 파트너, 인재, 멘토와의 네트워크를 쌓습니다. 이 네트워크가 두 번째 창업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유한익 의장이 200억 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티몬 시절 쌓은 커머스 업계 네트워크와 투자자와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미희 대표가 비크에서 빠르게 팀을 꾸리고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튜터링 시절의 관계들이 기반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창업에서의 네트워크가, 두 번째 창업의 속도를 결정합니다.

자산 3: 판단력 —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안다

첫 번째 창업에서 가장 값비싸게 배우는 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입니다. 불필요한 기능을 만들지 않는 것. 잘못된 시장에 시간을 쓰지 않는 것. 맞지 않는 사람과 공동창업하지 않는 것. 이 '하지 않는 것'의 목록이, 연쇄창업자의 가장 강력한 자산입니다.

처음 창업하는 사람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험합니다. 연쇄창업자는 이미 실험이 끝난 영역을 건너뛰고, 핵심에 바로 집중합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연쇄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Endeavor Insight의 연구는 연쇄창업자가 개인의 성공을 넘어,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성공적인 엑싯을 경험한 창업자는 두 가지 방식으로 생태계에 기여한다. 첫째, 직접 다시 창업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둘째, 엔젤 투자자나 멘토로서 다음 세대의 창업자를 지원한다. 하나의 성공적인 엑싯이 평균 5-10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으로 이어지는 '승수 효과(multiplier effect)'가 관찰된다."

(출처: Endeavor Insight, "The Power of Entrepreneur Networks: How New York City Became the Role Model for Other Urban Tech Hubs", 2019)

한국도 이 승수 효과가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2016년 전후입니다. 아직 역사가 10년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역사 안에서도 엑싯이 일어나고, 그 엑싯에서 나온 창업자들이 다시 창업하는 순환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순환이 왜 중요한가. 시리얼 앙트러프러너가 많아진다는 것은, 생태계 전체의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경험 있는 창업자가 다시 창업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네트워크와 경험이 다른 창업자들에게도 전파됩니다. 투자자들도 검증된 창업자에게 더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창업이 '실패'여도 괜찮습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연쇄창업이 반드시 '성공적 엑싯' 후에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앞서 인용한 Gompers의 연구에서, 이전에 실패한 창업자도 첫 창업자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실패에서도 실행 경험, 네트워크, 판단력이 축적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공적 엑싯만큼의 자원(자금, 신뢰)은 없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두 번째 시도의 확률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위 한국 사례들이 주는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첫 번째 창업의 결과가 어떻든,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실행 경험, 네트워크, 판단력. 이 세 가지는 창업을 멈추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도전의 기반이 됩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젊습니다. 하지만 엑싯 후 재창업이라는 순환이 이미 시작되었고, 이 순환이 반복될수록 생태계 전체가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지금 창업을 하고 있다면, 이 첫 번째 경험이 — 그 결과와 관계없이 — 여러분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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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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