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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투자 유치, 얼마를 목표로 해야 할까요?
시리즈 A까지를 목표로 해도 안 될 확률이 높습니다. 투자 단계별로 투자자가 기대하는 것이 다릅니다. 각 단계의 기준과 마일스톤 설정법을 정리합니다.
Question. 투자를 받으려면 어느 단계까지를 목표로 하는 게 현실적인가요? 시드니 시리즈 A니 하는 용어가 헷갈리고, 각 단계에서 뭘 보여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3년 계획을 세우고 싶은데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이 안 잡혀요.
한 카페에서, 두 스타트업 대표가 나란히 투자자 미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 역삼동의 한 카페. 오후 2시. 두 명의 대표가 같은 투자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A 대표는 창업한 지 3개월. 아직 프로덕트도 없고, 팀은 공동창업자 2명뿐입니다. "프리시드 투자를 받아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투자자에게 보여줄 것은 문제 정의와 팀의 역량뿐입니다.
B 대표는 창업 1년 반. 프로덕트가 있고, 월 사용자 3,000명, 월 반복 매출 800만 원. "시리즈 A를 받아서 본격적으로 스케일업하고 싶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투자자에게 보여줄 것은 성장 지표와 수익 모델입니다.
같은 카페, 같은 투자자. 하지만 이 두 대표에게 투자자가 묻는 질문, 기대하는 것, 평가하는 기준은 완전히 다릅니다. 투자 단계마다 게임의 규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각 투자 단계의 비교: 무엇이 다른가
투자 단계를 비교해서 보면, 각 단계가 요구하는 것이 명확해집니다.
프리시드(Pre-Seed): "이 팀과 이 문제가 매력적인가?"
투자 규모: 수천만 원 ~ 1억 원대 기업가치: 5억 ~ 15억 원 투자자가 보는 것: 팀 구성, 문제의 크기, 초기 가설
이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없을 수 있습니다. 프로덕트도 없고, 매출도 없고, 고객도 없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보는 것은 '이 사람들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팀인가'입니다. 팀의 도메인 지식, 실행력의 증거,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 이것이 프리시드의 통화입니다.
시드(Seed): "프로덕트가 작동하는가?"
투자 규모: 1억 ~ 5억 원 기업가치: 15억 ~ 50억 원 투자자가 보는 것: 프로덕트, 초기 사용자 반응, PMF의 조짐
프로덕트가 나왔고, 사람들이 쓰고 있고, 반응이 괜찮습니다. 아직 돈은 못 벌고 있을 수 있지만, "이 방향이 맞다"는 신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투자자는 "이 프로덕트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를 판단합니다.
프리 시리즈 A(Pre-A):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졌는가?"
투자 규모: 5억 ~ 15억 원 기업가치: 50억 ~ 100억 원 투자자가 보는 것: 수익 모델, 유닛 이코노믹스, 성장 속도
사용자가 늘고 있고, 돈을 벌기 시작했고, 그 구조가 반복 가능해 보입니다. "고객 1명당 이만큼 벌 수 있고, 고객 획득 비용은 이 정도다"를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단계입니다.
시리즈 A: "스케일업 할 준비가 되었는가?"
투자 규모: 15억 ~ 50억 원 이상 기업가치: 100억 ~ 300억 원 투자자가 보는 것: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 확장 전략, 팀의 실행 역량
돈을 잘 벌고 있고, 이제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시리즈 A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작동합니다. 이제 여기에 연료를 넣으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습니다"를 증명하는 단계입니다.
Christoph Janz(Point Nine Capital 매니징 파트너)는 각 투자 단계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시드 단계에서 투자자가 보는 것은 '꿈'이다. 시리즈 A에서 보는 것은 '증거'다. 시드에서는 '이 시장이 크고, 이 팀이 좋고, 이 아이디어가 흥미롭다'로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시리즈 A에서는 '이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한다'는 숫자가 필요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시드에서 시리즈 A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이 두 단계가 요구하는 것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출처: Christoph Janz, "Five Ways to Build a $100 Million Business", Point Nine Capital Blog, 2014)
마일스톤: 1m를 긋기 위해 10cm마다 점을 찍는 것
각 투자 단계의 차이를 이해했다면, 이제 마일스톤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마일스톤이란, 큰 목표를 작은 단계로 쪼개놓은 것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1미터짜리 직선을 그어야 할 때 끝과 끝을 바로 연결하려면 선이 비뚤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10센티미터마다 점을 찍어놓고 하나씩 이어가면, 훨씬 곧고 정확한 선을 그을 수 있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3년 안에 시리즈 A를 받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라면, 이렇게 쪼갤 수 있습니다.
0~6개월: 문제 정의 → 팀 구성 → 프리시드 투자 유치 6~12개월: 프로토타입 개발 → 초기 사용자 확보 → 시드 투자 유치 12~24개월: 프로덕트 개선 → 수익 모델 검증 → 프리 시리즈 A 24~36개월: 스케일업 준비 → 핵심 지표 달성 → 시리즈 A
물론 이것은 공식이 아닙니다. 팀과 비즈니스의 상황에 따라 빠를 수도, 느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단계에서 '무엇을 달성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가'를 명확히 아는 것입니다.
Elizabeth Yin(Hustle Fund 공동창업자, 전 500 Global 파트너)은 마일스톤 기반의 투자 전략을 이렇게 조언합니다. "많은 창업자가 '얼마를 투자받을까'에 집중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 투자금으로 어떤 마일스톤을 달성할 수 있는가'다. 투자를 받을 때마다 다음 라운드까지 도달하기 위한 핵심 지표를 정해야 한다. 시드를 받았다면, 이 돈으로 시리즈 A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마일스톤 없는 투자금은 그냥 시간을 사는 것에 불과하다."
(출처: Elizabeth Yin, "What Investors Look For at Each Fundraising Stage", Hustle Fund Blog, 2022)
시리즈 A까지가 현실적인 목표인 이유
처음부터 유니콘을 꿈꾸지 마세요. 그것은 너무 멀리 있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너무 큰 그림만 그리다 보면,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까지 내려오기가 어렵습니다.
시리즈 A까지를 목표로 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리즈 A까지를 목표로 해도 안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시드를 받은 스타트업 중 시리즈 A까지 도달하는 비율은 약 20~30%에 불과합니다.
Tae Hea Nahm(Storm Ventures 공동 매니징 디렉터)은 스타트업의 단계 전환에 대해 이렇게 분석합니다. "시드에서 시리즈 A로의 전환은 스타트업이 겪는 가장 어려운 관문이다. 시드 단계에서는 '약속'으로 투자를 받지만, 시리즈 A에서는 '증거'로 투자를 받아야 한다. 이 간극을 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용자가 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즈니스 모델이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생존에서 성장으로(Survival to Thrival)'의 전환이다."
(출처: Tae Hea Nahm & Tim Rowe, 『Survival to Thrival: Building the Enterprise Startup — The Company Journey from Go-to-Market to T2D3』, Mascot Books, 2018)
그래서 제일 첫 번째 목표는 시드 투자를 받는 것입니다. 시드 투자를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 다음은 시드에서 시리즈 A까지의 간극을 넘는 것. 단계를 하나씩 차례차례 밟아나간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금액보다 단계가 먼저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얼마를 투자받아야 하나요?"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단계까지를 목표로 하고, 각 단계에서 무엇을 달성해야 하나요?"입니다.
프리시드에서는 팀과 문제를 보여주고, 시드에서는 프로덕트와 초기 반응을 보여주고, 프리 A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하고, 시리즈 A에서는 스케일업 준비가 되었음을 증명합니다. 각 단계가 다음 단계의 디딤돌입니다.
목표가 너무 높으면 지금 당장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게 됩니다. 3년 뒤의 시리즈 A를 목표로 하되, 6개월 뒤의 시드를 향해 달리세요. 그리고 각 마일스톤을 달성할 때마다, 그 성취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를 설계하세요. 단계를 쪼개고, 하나씩 넘기는 것. 이것이 투자 유치의 가장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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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Christoph Janz, "Five Ways to Build a $100 Million Business", Point Nine Capital Blog, 2014
- Elizabeth Yin, "What Investors Look For at Each Fundraising Stage", Hustle Fund Blog, 2022
- Tae Hea Nahm & Tim Rowe, 『Survival to Thrival』, Mascot Book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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