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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매기는 걸까?

매출도 없는 스타트업에 5억, 20억의 가치가 붙는 이유가 궁금하셨나요? 단계별로 밸류에이션이 형성되는 실제 구조를 정리했습니다.

2024년 11월 14일리얼비즌10분 읽기

Question. 아직 매출이 거의 없는데,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어떻게 매기는 건가요? 밸류에이션이 5억이니 20억이니 하는 숫자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요. 기업 가치 평가의 기준이 단계마다 다른가요?

5억 원. 이 숫자가 어디서 나왔을까요

프라이머, 스파크랩 같은 한국의 대표적 액셀러레이터에 배치로 선발되면, 보통 기업 가치 5억 원에 5천만 원을 투자받습니다. 기업 가치 5억이면 5천만 원은 지분 10%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 '5억'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재무제표에서? 아닙니다. 매출 추정에서? 그것도 아닙니다. 이 단계에서 재무제표는 거의 백지 상태이고, 매출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초기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 평가는 — 특히 20억 이하의 밸류에서는 — 투자하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이 말이 비과학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이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의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근거 없이 숫자를 던지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자가 보는 것이 있고, 단계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집니다. 이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면, 밸류에이션이라는 것이 마법이 아니라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레임워크: 단계별 밸류에이션의 진화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은 고정된 하나의 방법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단계에 따라 기준이 진화합니다.

1단계: 시드 — 스토리로 평가됩니다

매출이 없고, 고객도 거의 없고, 제품조차 완성되지 않은 시점. 이 단계에서 투자자가 볼 수 있는 숫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숫자 대신 스토리를 봅니다.

팀빌딩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 이 팀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지금까지 실행한 히스토리는 어떤가. 프로덕트를 만드는 속도가 빠른가. 고객을 만나고 있는가. 이런 정성적 평가가 밸류에이션의 기반이 됩니다.

Y Combinator가 만든 모델이 전 세계 액셀러레이터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선발된 팀에게 일정한 밸류에이션으로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 방식. 한국의 프라이머, 스파크랩도 이 모델을 따왔습니다. 이 단계에서 밸류에이션은 5억에서 최대 20억 사이에서 형성됩니다.

Bill Gurley(Benchmark 파트너, 우버 초기 투자자)는 초기 밸류에이션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시드 단계에서의 밸류에이션은 정밀한 계산의 결과가 아니다. 이것은 투자자가 이 팀의 가능성에 대해 가지는 확신의 크기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더 강한 팀에게 더 높은 밸류가 붙는 이유는, 투자자가 실행 능력에 프리미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출처: Bill Gurley, "All Revenue is Not Created Equal", Above the Crowd, 2011)

2단계: 시리즈 A~B — 스토리와 숫자가 결합됩니다

첫 투자를 받고 제품을 출시하고 고객이 생기기 시작하면, 숫자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순수한 숫자만으로 밸류에이션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투자자가 보는 것은 성장의 궤적입니다. 고객 수가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가. 월간 활성 사용자(MAU)나 월간 반복 매출(MRR)이 어떤 기울기로 상승하고 있는가. 시장 규모가 충분히 큰가. 이런 숫자들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평가합니다.

이 단계에서 DCF(할인된 현금흐름법), 비교 기업 분석법(Comparable Company Analysis) 등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법이 부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3단계: 시리즈 C 이상 — 숫자가 지배합니다

시리즈 C 이상의 후기 단계로 가면, 밸류에이션은 명확한 재무 지표에 의해 결정됩니다. 매출 성장률, 수익성, 시장 점유율, 유닛 이코노믹스 — 이런 숫자들이 밸류에이션의 근거가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투자자가 "이 회사가 상장하면 얼마의 가치가 될 것인가"를 역산합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에서 현재까지의 할인율을 적용하여 현재 밸류에이션을 도출하는 방식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드 단계에서는 스토리가 90%, 숫자가 10%. 시리즈 A~B에서는 스토리와 숫자가 반반. 시리즈 C 이상에서는 숫자가 90%, 스토리가 10%.

밸류에이션은 '정답'이 아니라 '합의'입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밸류에이션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공식에 숫자를 넣으면 '정확한' 기업 가치가 산출된다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Howard Marks(Oaktree Capital 공동회장)는 가치 평가의 본질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가치 평가에는 객관적인 진실이 없다. 모든 가치 평가는 미래에 대한 가정에 기반하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동일한 회사를 두고 두 명의 전문가가 전혀 다른 밸류에이션을 도출하는 것은, 누군가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미래를 가정했기 때문이다."

(출처: Howard Marks, 『The Most Important Thing: Uncommon Sense for the Thoughtful Investor』, Columbia Business School Publishing, 2011)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창업자와 투자자가 '이 회사의 미래 가능성을 얼마로 볼 것인가'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같은 회사가 같은 시점에 다른 투자자로부터 다른 밸류에이션을 제안받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최근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Carta가 발표한 2024년 벤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도 밸류에이션의 편차가 상당합니다. 시드 단계 밸류에이션의 중앙값은 약 120억 원(미화 약 1,000만 달러) 수준이지만, 상위 25%와 하위 25%의 차이는 3배 이상입니다. 이 편차는 산업, 팀, 시장 환경, 그리고 투자자의 판단에 따라 발생합니다.

(출처: Carta, "State of Private Markets: Q4 2024", Carta Data Insights, 2024)

창업자가 알아야 할 실무적 포인트

밸류에이션에 대해 창업자가 현실적으로 알아야 할 것을 정리합니다.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초기에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으면, 다음 라운드에서 그보다 더 높은 밸류를 정당화해야 합니다. 이것을 '다운라운드(Down Round)의 함정'이라고 합니다. 이전 라운드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게 되면, 기존 투자자의 지분 가치가 떨어지고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투자 조건의 전체 구조를 보세요. 밸류에이션 숫자만 비교하지 마세요. 우선주 조건, 청산 우선권, 반희석 조항 등 투자 조건의 세부 내용이 밸류에이션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밸류에이션이 높지만 조건이 불리한 투자보다, 밸류에이션이 다소 낮더라도 조건이 공정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나을 수 있습니다.

지분율 10%를 넘기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초기 투자에서 투자자의 지분이 10%를 초과하면, 이후 라운드에서 창업자의 지분이 과도하게 희석될 수 있습니다.

Fred Wilson(Union Square Ventures 공동창업자)은 초기 창업자들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태도를 이렇게 조언합니다. "밸류에이션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초기 단계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높은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좋은 투자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좋은 투자자는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경험과 의사결정의 프레임워크를 준다. 이것의 가치는 밸류에이션 몇 억 차이보다 훨씬 크다."

(출처: Fred Wilson, "Valuation and Option Pool", AVC Blog, 2009)

결국 밸류에이션을 올리는 것은 실행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밸류에이션은 단계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초기에는 스토리, 후기에는 숫자. 그리고 이것은 정답이 아니라 합의입니다.

하지만 모든 단계를 관통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실행입니다. 팀을 잘 구성하고, 프로덕트를 빠르게 만들고, 고객을 확보하고, 성장하는 것. 이 실행의 결과가 스토리가 되고, 숫자가 되고, 결국 밸류에이션이 됩니다.

밸류에이션을 높이려면, 밸류에이션 공식을 연구하는 것보다 고객 앞에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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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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