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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추정, 어떻게 해야 할까?

3년 뒤 매출을 어떻게 예측하냐고요? 사실 투자자도 그 숫자가 맞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재무 추정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정리했습니다.

2024년 10월 3일리얼비즌10분 읽기

Question. IR 자료에 재무 추정을 넣으라는데, 아직 매출도 없는 상태에서 3년 뒤 숫자를 어떻게 예측하나요? 다른 스타트업들은 재무 추정을 어떻게 하는지 참고하고 싶어요. 재무 추정이 틀리면 투자자에게 신뢰를 잃는 건 아닌가요?

투자자는 재무 추정이 '맞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 말이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IR 피칭에서 3년 치 재무 추정을 요구하면서, 정작 그 숫자가 맞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니. 하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재무 추정은 예측이 아닙니다. 사고의 구조를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투자자가 보고 싶은 것은 '3년 뒤 매출 50억'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왜 50억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논리입니다.

Aswath Damodaran 교수(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밸류에이션의 대가')는 이 점을 명확히 합니다. "가치 평가의 핵심은 숫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있는 스토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좋은 밸류에이션은 그럴듯한 숫자가 아니라 그럴듯한 서사에서 나온다. 스토리가 숫자를 만들고, 숫자가 스토리를 검증한다."

(출처: Aswath Damodaran, 『Narrative and Numbers: The Value of Stories in Business』, Columbia Business School Publishing, 2017)

그래서 재무 추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숫자의 정확성이 아니라, 그 숫자에 도달하는 과정의 논리입니다. 투자자가 "어떻게 그렇게 추정했나요?"라고 질문하는 것도, 숫자가 의심스러워서가 아니라 사고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탑다운은 왜 설득력이 없는가

재무 추정의 접근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탑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om-up).

탑다운 방식은 시장 전체 규모에서 출발합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10조 원이고, 우리가 0.1%만 확보해도 100억이다." 이런 논리입니다. 숫자가 크고,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런 추정을 거의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장의 X%를 가져오겠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0.1%를 가져올 수 있다는 증거가 무엇인지, 그 0.1%의 고객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어떤 방법으로 그들에게 도달할 것인지가 빠져 있습니다.

Tim Berry(Palo Alto Software 창업자, 사업계획서 소프트웨어의 선구자)는 탑다운 추정의 문제를 이렇게 지적합니다. "시장 규모에서 시작하는 재무 추정은 위험한 착각을 만든다. 100조 시장의 0.01%라는 숫자가 작아 보이지만, 그 0.01%가 왜 우리에게 올 것인지에 대한 답이 없으면 그 숫자는 무의미하다. 좋은 재무 추정은 항상 구체적인 한 명의 고객에서 시작해야 한다."

(출처: Tim Berry, 『Lean Business Planning: Get What You Want from Your Business』, Motivational Press, 2015)

바텀업: 한 명의 고객에서 시작하세요

바텀업 방식은 반대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고객 한 명이 우리 제품에 얼마를 지불하는가? 한 달에 몇 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가? 이 속도가 유지되면 1년 뒤 고객 수는? 이렇게 작은 단위에서 큰 숫자를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서비스의 월 구독료는 5만 원입니다. 현재 베타 사용자 중 유료 전환율은 8%입니다. 월 신규 가입자가 평균 200명이고, 이 중 16명이 유료로 전환됩니다. 월 이탈률은 5%입니다. 이 기준으로 12개월 뒤 유료 사용자는 약 130명, 월 매출은 약 650만 원입니다. 마케팅 비용을 늘려 월 신규 가입자를 500명으로 올리면, 24개월 뒤 유료 사용자는 약 500명, 월 매출은 약 2,500만 원이 됩니다."

이 추정이 정확할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 추정에는 논리가 있습니다. 각 수치의 근거가 있고, 어떤 변수를 움직이면 결과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줍니다. 투자자가 "전환율을 왜 8%로 봤는가?"라고 물었을 때, "베타 테스트 데이터 기반"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늘리면 신규 가입자가 2.5배가 되는 근거는?"이라고 물었을 때, 구체적인 채널별 CAC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텀업 추정의 힘입니다. 숫자 하나하나가 질문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재무 추정의 핵심 요소

바텀업으로 재무 추정을 할 때, 투자자가 주로 확인하는 핵심 요소가 있습니다.

고객 획득 비용(CAC)과 고객 생애 가치(LTV).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데 얼마가 드는가, 그리고 그 고객이 전체 기간에 걸쳐 얼마의 매출을 만들어주는가. LTV가 CAC의 3배 이상이면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봅니다. 이 비율이 재무 추정의 핵심 전제 중 하나가 됩니다.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 거래 1건, 또는 고객 1명 단위에서 수익이 나는 구조인가. 전체 매출이 아무리 커도, 건당 적자인 구조라면 성장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것입니다. 투자자는 '규모를 키우면 수익이 나는 구조'인지를 확인합니다.

성장률의 근거. 월 10% 성장을 가정했다면, 그 10%의 근거가 무엇인지. 지난 3개월의 실제 성장률이 12%였고, 보수적으로 10%를 적용했다면 설득력이 있습니다. 근거 없이 "시장이 크니까"라고 하면 설득력이 없습니다.

손익분기점(BEP). 언제부터 수익이 비용을 초과하는지. 이것은 투자자가 "언제까지 돈을 태워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투자금이 소진되기 전에 다음 라운드를 유치하거나 자립할 수 있는 타임라인이 보여야 합니다.

다른 스타트업의 재무 추정을 참고하는 법

다른 스타트업들의 재무 추정 방식을 참고하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데모데이 IR 영상을 보는 것입니다.

IR 피칭 자체에는 재무 추정의 세부 내용이 자세히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질의응답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추정했나요?"라는 질문이 나오고, 그때 추정의 논리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데모데이 영상에서 Q&A 부분까지 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튜브에 프라이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스파크랩 같은 유명 액셀러레이터의 데모데이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특히 우리 비즈니스와 유사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어떤 지표를 중심으로 추정을 했는지, 투자자들이 어떤 질문을 하는지를 관찰하면, 자신의 재무 추정을 구성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Steven Blank 교수는 이 학습 방식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다른 스타트업의 IR을 분석하는 것은, 그들의 숫자를 베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자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를 미리 경험하기 위해서다. 좋은 재무 추정은 좋은 질문에 대한 좋은 답변의 집합이다."

(출처: Steve Blank, 『The Startup Owner's Manual: The Step-by-Step Guide for Building a Great Company』, K&S Ranch, 2012)

틀려도 됩니다. 단, 논리는 있어야 합니다

재무 추정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입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재무 추정은 틀리는 것이 정상입니다. 투자자도 이것을 압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에서, 정확한 3년 뒤 매출을 맞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추정의 전제가 명확한가. 그 전제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있는가(아무리 작더라도). 전제가 바뀌면 결과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를 갖추고 있다면, 숫자가 틀려도 신뢰를 잃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팀은 비즈니스의 핵심 변수를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반대로, 숫자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왜 그렇게 봤는가?"에 답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이 팀이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됩니다.

재무 추정은 미래를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 명의 고객에서 출발하여, 논리적으로 숫자를 쌓아 올리세요. 그 과정이 곧 여러분의 비즈니스 이해도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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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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